디커의 게임/IT/리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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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속 캐릭터와 실제 모습 사이의 간극은 어쩔 수 없는 걸까?

KBS 2TV '개그콘서트'의 대표코너인 '봉숭아학당'은 코믹 캐릭터의 향연과도 같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윤형빈이 맡은 '왕비호'다.

짙은 아이라인에 아슬아슬한 핫팬츠 차림으로 나와 불경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그는 외모부터가 왕비호. 그러나 비호감 외모보다 더 유명한 건 매주 톱스타들을 향해 쏟아내는 가시 돋친 독설이다.

유명인을 두고 전혀 모르는 척 "누구?"라고 능청스레 물으며 시작되는 그의 독설은 방송 직후 늘 화제가 되곤 했다. 서태지를 향해서는 "데뷔 17년차, 이제 디너쇼 준비해야지"라고 했고, 알렉스를 향해서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하차했다 복귀한 것을 두고 "나가니까 아쉽지?"라고 했다.

그러나 '봉숭아 학당'의 캐릭터 왕비호와 개그맨이자 방송인인 윤형빈 사이에는 채울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캐릭터의 가면 뒤에서는 스타들을 비꼬고 꼬집으면서 짜릿해 하는 왕비호지만 방송인 윤형빈은 톱스타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연예 프로그램 리포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수줍음 많고 다소 낯을 가리는 것으로 잘 알려진 윤형빈은 토요일 밤 방송되는 KBS 2TV '연예가중계'에서는 예의바른 리포터에 속한다. '왕비호'를 알아보고 손동작 등을 따라하는 스타들이 나오면 당황해하며 먼저 수줍어할 정도다.

실제 연예 리포터들에게 취재 대상과의 우호적인 관계는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스타를 만나더라도 분위기나 인터뷰어에 따라 인터뷰의 재미 자체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긴 시간 동안 쌓인 관계나 평소 친분도 무시할 수 없다. 스타 연예 리포터들이 존재하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개그를 위해 평소와 다른 탈을 쓰는 경우는 왕왕 있다.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서 건방진 도사로 나오는 유세윤은 대표적인 예다.

'방송은 방송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금언을 제대로 알고 있는 요즘 시청자들도 왕비호 윤형빈의 변화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털어놓곤 한다. 윤형빈의 간극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은 둘 모두 연예인을 개그의 대상, 취재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같은 대상을 두고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왕비호' 윤형빈의 두 얼굴. 토요일 밤엔 수줍고도 친절한 리포터, 일요일 밤엔 자신만만한 독설가. '왕비호'의 두 얼굴은 개그맨 윤형빈이 부딪쳐 넘어가야 하는 가장 커다란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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